붉은사막 성공기 -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봤어
붉은 사막을 보며 베타테스트의 의미를 되새기다

필자는 (전)붉은 사막 주주로서, 붉은 사막을 해보지 않았지만, 붉은 사막에 지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무려 출시 반년 전부터 핸드폰 캘린더에 붉은 사막 출시 시점을 저장해두고 익절을 하기 위해 2년의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붉은 사막 출시 당일. 게임 커뮤니티는 불타올랐다.
이런 망겜은 처음 본다느니, 버그가 너무 많다느니, 이런 조작감으로는 게임을 할 수가 없다느니. 정말 별의별 혹평이 다 나왔고, 출시 하루만에 게임을 접는 이들이 쏟아져나왔다.
출시 전 미친듯이 올랐던 주가는 롤러코스터처럼 다시 떨어져 +100프로 수익률이 +15프로 수익률로 탈바꿈했다. 필자는 왠지 이대로 가다간 마이너스가 될 것을 우려해 출시 당일 빨리 팔아제꼈다. 15프로의 수익만 본 채..
그리고 다음날부터 이상하게 게임 커뮤니티에 붉은 사막 짤이 미친듯이 돌아다녔다. 첫 인상은 별로지만,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며 붉며 들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많은 게임 유튜버들도 붉은 사막으로 복귀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건 풍월량이라는 게임 유튜버가 하루하고 안 한다고 하더니, 그 다음날부터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다며 다시 게임 조이스틱을 손에 잡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약 한 주 동안 미친듯이 붉은 사막 관련 컨텐츠가 쏟아져 나왔고, 결국 판매량도 500만장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주가는....
사실 필자는 그 이후로 펄어비스 주가를 본 적이 없다.
붉은 사막 출시 기준 주가 추이
하지만 현재 깨움단이라는 서비스를 베타 출시한 시점에서 붉은 사막이 떠오른다. 내 친구의 촌철살인 같은 피드백을 받아서일까?
물론 붉은 사막이 버그로 욕을 많이 먹기는 했지만, 붉은 사막은 흔히 MVP 모델이라고 일컬어지는 실리콘벨리식 프로덕트 출시와는 굉장히 동떨어진 작품이다.
MVP는 Minimum Viable Product, 즉 최소 구현 기능만 설계 후 시장에 프로덕트를 내놓아 최대한 빠르게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업데이트를 통해 프로덕트의 퀄리티를 올리는 프로덕트 방법론이다.
이 모델은 2010년 오프라인 서비스들이 모두 모바일앱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생겼던 개념으로, 많은 실리콘벨리 기업들을 빠르게 성장시켰던 핵심 프로덕트 모델 개념이다.
예를들어 내가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 SNS 프로덕트를 출시하고자 한다면, 핵심 기능인 팔로우 기능과 사진 포스트 기능이 잘 작동하는 것만 확인 후 우선 출시한다. 그리고 유저들의 반응을 보며 기능을 추가하고, 버그를 업데이트 하며 프로덕트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이 모델의 특징이다.
붉은 사막도 출시 후 미친듯한 속도의 업데이트를 보여주며, 이 프로덕트도 MVP 모델 접근론을 적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사기도 했지만…7년 동안 2,000천억을 투자한 작품이니…더 이상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붉은 사막이 결국 성공한 이유는 이런 미친듯한 업데이트도 있지만, 컨텐츠에 정말 모든 것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붉은 사막의 세계관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구현되어있다는 것이 붉은 사막 유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7년의 시간 동안 본인들이 넣고 싶은 것은 다 넣은채 스토리만 넣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붉은 사막을 보며, 더 이상 MVP 모델은 적용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다.
컨텐츠에 진심인 붉은 사막 개발팀
게다가 이번에 베타를 출시한 후 무지막지한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 나 역시 붉은 사막 업데이트 패치를 본받아 미친듯한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이제 최소 기능만 있는 MVP는 더 이상 사람을 설득하기 어렵다. 최소 기능은 필요하지만, 최소 감동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되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유저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
더 이상 유저들은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에 신기해하지 않는다. 2010년대는 O2O, Offline to Online이 미친듯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전화로 시켜먹던 배달이 온라인으로 넘어오고, 전화로 물어보던 이사도 온라인으로 넘어오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들이 온라인, 특히 모바일로 전환되던 시기였다. 아마 유일하게 모바일로 못 넘어온 부분이 있다면 그건 법적 카테고리 밖에 있는 것 정도일 것이다. 예를 들면 온라인 도박 사이트나 포르노 같은 사이트들 말이다. 이 사이트들은 모바일 앱의 규제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웹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10년부터 2026년까지, 모든 종류의 오프라인 서비스가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우리는 약 15년 동안 온갖 종류의 모바일 앱을 써본 경험을 쌓았다. 이 많은 경험들 속에서 예전에는 조금 불편해도 넘어갔던 지점들이, 지금은 더 이상 불편을 감수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단적인 예로, 예전에 공인인증서 사용하던 시기를 떠올려 보면, 어떻게 그걸 사용했나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든다.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절대 돌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조금은 불편해도 신기하니까 써보자”라는 마인드 자체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남아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통해 누구나 모바일/웹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많은 사람들이 클로드 코드를 통해서 개인만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어플리케이션은 매우 개인적인 장난감 정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데이터베이스가 모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모여도 지인들만의 소통 도구 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으면 어쩔 수 없이 그걸 쓸 수 밖에 없는 그런 서비스들이다.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지면서, 각 어플리케이션의 개인화는 가능하지만, 프로덕트화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의 수는 201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좀 더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 MVP 모델로 내는 것이 과연 현명한 방법일까?
2. 너무나도 짧아진 개발 주기
이전에는 3\~4 명의 팀에서 만들어야 할 프로덕트를, 이제는 일주일 만에 혼자서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디자인, 개발, 기획 모두 혼자하니 훨씬 더 빠르게 진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만큼 에러도 많이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3\~4명이서 3\~4개월 작업한다고 미리 버그가 잡히냐?라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3\~4명이서 작업을 해도 생길 버그는 생기고, 나를 감동시킨 붉은 사막은 7년 준비와 2,000억을 투입해도 무수한 버그는 생기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3\~6개월, 1\~2년 씩 걸리던 개발 주기가 앞으로는 몇 주일 단위로 변경될 것이다. 밤낮없이 쉴새로 돌아가는 봇들에 의해서 코드는 생성될 것이고, 개발 주기는 점점 더 빨라지게 된다. 그러면 발생하는 버그도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럼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사용자의 피드백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로서 중점을 두는 부분과 소비자가 사용하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에는 이상하게도 언제나 유격이 발생한다. 내부에서는 볼 수 없는 그 구멍들을 외부에서 빨리 캐치해서 전달 해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프로덕트의 출시 모델이 될 것이다. 그래서 MVP 모델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어플리케이션 생태계가 잘 발전해올 수 있었다.
붉은 사막과 MVP 그리고 깨움단
안드로이드 앱 하나 출시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사실 프로덕트 문제도 있지만 나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을 뽑으라면 네트워크이다. 현생에서도 그닥 네트워크가 없는 나는 온라이에서도 네트워크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필자의 업데이트 노트를 보면 하루만에 새 기능 5개, 개선 4개, 버그 수정 4개가 된 것을 볼 수 있는데, 5월 28일인 오늘 이 숫자의 거의 2배 정도 되는 개선사항들이 한번 더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깨움단 업데이트 노트
붉은 사막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었던 것처럼, 필자 역시 베타 기간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넣어 유저들이 앱을 사용했을 때 깨며들 수 있도록 노력을 해봐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사실 한 친구가 별 기능도 없어 보이는데 용량이 크냐 라는 피드백을 주었는데, 개발자 입장에서는 꽤 많은 기능이 들어간 것 같은데, 유저 입장에서는 별 기능도 들어가있지 않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게시판 기능 짜는것도 굉장히 어려운데, 만들어 놓은 게시판 기능을 유저가 보면 하나도 안 어려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번 베타 기간 동안 나는 깨움단에 최대한 많은 것을 넣어보려고 한다. 단순히 알람이 울리는 앱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일어나는 경험,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게 만드는 기록,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깨며드는” 작은 루틴을 만들고 싶다.
붉은사막이 처음에는 욕을 먹었지만 결국 사람들을 붉며들게 만든 것처럼, 깨움단도 처음에는 투박할 수 있다. 버그도 있을 수 있고, 부족한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피드백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고, 가장 빠르게 고치는 시기다.
혹시 아침마다 혼자 일어나는 게 어렵거나, 친구와 함께 작은 루틴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한 번 써봐줬으면 한다. 지금 깨움단은 완성된 앱이라기보다, 함께 만들어가는 베타 서비스에 가깝다.
나는 이 앱이 누군가의 아침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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